음악치료사 김효정
독일에서 음악치료를 전공하고 일했으며, 춘천에 정착한 지는 이제 1년 반이 되었다. 동내면에서 치유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리로 치유하는 음악치료사다.
김효정은 독일에서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10년 넘게 한국을 떠났었다. 막상 귀국하고 나니 떠나있던 시간만큼이나 한국에서의 생활이 몹시 낯설었는데,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 이런 걸까 싶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도시를 찾아 정착하기로 했다. 1년 동안 강원도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살아본 끝에, 확신이 들어 정착한 도시가 바로 춘천이다.
“독일의 Wachkoma Phase F라는 뇌 손상 환자들이 평생 머무는 병동에서 음악치료사로 일을 하며 만나게 된 환자들은 많은 경우가 전신 마비였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평생 침대를 벗어날 수 없는 분들이었죠. 오늘은 제 악기 소리를 듣고 미소를 지었어도 다음날 출근하면 병상이 비어있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일상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죽음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인 것처럼 살잖아요. 내가 이 순간 원하는 것,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들이 저에게 있어서는 삶을 대하는 방식과 시각의 전환에 정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춘천에는 소리 치유를 하기 위한 고요한 장소,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이 가끔 들리는 온전한 공간이 있었고, 그런 자연을 좋아하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 만남이 있었다. 화려한 공연이나 전시, 트렌디한 카페나 술집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며 사는 모든 것,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따뜻함이 가득한 일상이 문화라고 생각하는 김효정의 관점이 언뜻 이해가 된다.
“춘천은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풍경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아름다운 곳인 것 같아요. 이 안에 사는 사람들도 이 도시의 풍경을 닮았고요.”삶에 대한 겸손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깃든 사람, 김효정.
“자칫 문화적으로 풍요롭다는 말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문화도시 안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콘텐츠가 춘천이라는 배경 또는 춘천이라는 재료를 잘 엮어서, 이 도시 안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삶의 문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느끼는 기회로 이어진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음악치료사 김효정은 춘천의 자연, 숲을 배경으로 하는 휴식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난 자연 속에서 휴식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 그런 도시인을 위한 에너지 충전소 같은 곳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모든 이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꿈꾸며 김효정은 오늘도 음악으로 말을 건넨다.
#음악치료사 #소리 #숲 #명상 #너도환자냐 #나도환자다 #치유프로그램 #에너지충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