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책방 한주석
춘천에서 나고 자라 만천리에 거주하고 있다. 직장인의 삶을 살다가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고민했고, 그 고민의 끝인 2017년 여름, 예전 춘천여고 뒤편 작은 골목에서 ‘서툰책방’을 차렸다.
고등학교 때 연기를 배우고 싶어 몇 년간 열심히 활동했다. 또 전기가 관련되어 관련 학과로 진학을 하고 졸업 후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영업을 했다. 전기 제어 프로그램을 짜고 싶어서 이직했고, 일하다 보니 현장이 궁금해 발전소에서도 업무를 이어 나갔다. 직장 생활이 불만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주체가 되어 일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가 할 수 있는 ‘내 일’을 고민했는데 혼자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짝궁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서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안정적인 생활보다 내 일을 즐겁게 하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서였을 것이다.
“춘천은 사람을 들뜨게 해요. 그리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죠. 그래서 제가 서툰책방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춘천은 따스하고 평온하게 사람들을 품어주면서 기운을 돋아주는 산장 속 난로 같은 곳이죠. 외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춘천이 품은 기운이 그리워질 때가 많았어요.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데, 그런 ‘기운’이 있더라고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자신의 버전을 높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한주석 버전 2020. 살면서 부족했거나, 알지 못했던 것들, 실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개선하는 마음으로 살리라 노력한다. 만약 새해 목표가 운동이라면 꾸준히 운동하면 되겠지만, 지난 일을 반추하고 다르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 적응력도 필요한 영역이기에,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에 맞추어 적응하며 살아가려 한다.
요즘 재미를 붙인 것은 자투리 시간마다 짧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쓸 때 깊이 몰입하다 보니 글만 쓰는 작은 방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요. 춘천이 산으로 우리를 안아주고 있는 것처럼 저마다 모여 느슨한 연대로 서로를 위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는 따로, 또 함께 살고 있잖아요?”
발길 닿는 곳곳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사람마다 품은 저마다의 향기가 뿜어나오는 도시가 바로 문화도시라고 생각한다. 숨 막히는 강한 연대보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느슨한 연대가 가능한 도시. 저마다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는 춘천이 되길 바라며, 한주석은 오늘도 서툰책방의 문을 연다.#당신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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