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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생활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박은혜)

(박은혜) 어디까지 생활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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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생활문화가 뭐예요? 생활은 생활이고, 문화는 문화인데 생활문화가 뭔가요?

2021년 3월의 어느 날. 나는 춘천에서 생활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춘천에서 일명 문화판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은 생활문화라는 단어에 낯설어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봐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상한 단어였다.
생활문화가 생활이야? 문화야?
이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던 순간 누군가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함을 넘어서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어느 소설가의 말을 빌자면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다고 한다.
훈련된 내 뇌는 이 질문에 어떠한 답도 내놓을 수 없었다.
생활이라는 단어와 문화라는 단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한번도 이 ‘생활’과 ‘문화’를 합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나만 이런 것인가.
학교 교과서에서 배우는 ‘생활문화’는 입고, 먹고, 사는 모든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생활문화도 같은 의미의 생활문화일까?
지금도 볼 수 있는 우두동 골몰길. 옛 골목길이라 불러야 할까?
몇년 전 부터 오늘날까지 라는 시간적 범위, 행정적 범위가 아닌 문화지역적 범위 모두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지역과 지역사이의 심리적거리, 문화적 거리는 어느새 많이 좁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 지역과 저 지역을 특별하게 구별짓기란 매우 어렵다.
여기서 발견하고자 하는 생활문화가 춘천, 우리 지역만의 생활문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천에도 있는 생활문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생활문화는 000 이다가 아닌, 어? 이것도 생활문화인가?
하는 스스로 생활문화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녹아들어 문화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제1, 제2 동네 춘천을 제3 동네처럼 바라보고, 다양한 매력소프트웨어를 찾아본다.
‘생활문화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말이 가장 어려운 말일지도 모른다.

02. 구봉산, '등산' 아니고.

무상무념하기에도, 생각을 정리 하기에도, 열을 식힐 때 도, 혼자 있어도 좋은 구봉산 어느 한 자락.
사람 관찰하기에도 좋음.
시간이 잘 감.
일하기에도 좋음.
음악도 취저.
구봉산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춘천에서 어디 가면 좋아?” “구봉산”
“날 좋다, 구봉산 가자”
처음 이 말을 들으면 모두가 구봉산 ‘등산’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춘천에서는 다르다.
구봉산 = 구봉산 카페거리를 말한다.
구봉산 가는 날, 가는 시간, 가는 이유,
그리고 가는 카페도 다양하지만 그 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같은 듯 하다.
카페라기 보다는 뻥 뚫린 창에서 보는 하늘과 공간이 좋아요, 구봉산 카페를 아지트로 생각하는 어느 춘천시민
다른 지역에서 손님이 오면 같이 가는 곳 중에 하나.
무엇인가 힐링이 필요할 때 가는 곳 중 하나.
좋아하는 날씨에 가는 곳 중 하나.
춘천 사람들에게 구봉산은 그런 곳이다.
몇 백년이 지난 후, 춘천사전에는 이런 말이 등록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구봉산 가자 : 일상의 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춘천 분지 내에 있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말이다.
커피도 먹방이다. 커피 먹방 천국 구봉산!
여유를 즐긴다는 것의 기본은 카페가 아닐까? 다양한 카페를 즐길 수 있는 커피 먹방 천국 구봉산.
춘천 구봉산은 스타벅스와 같은 프렌차이즈 커피숍 부터 오랜시간 춘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제이콥스테이션 까지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가격, 심지어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들이 즐비해 있다.
착한 가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춘천 풍경 값에 비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춘천풍경을 즐길 수 있다.
노을이 지는 시간 부터 별빛이 반짝이는 시간까지 여행자들은 물론 춘천시민들도 즐겨찾는 곳이다.
춘천을 한 눈에 보고 싶다면 한번 가보자.

03. 된장소면

고깃집 메뉴판에서 된장소면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저 메뉴가 있었던 걸까.
그러다 문득 지식인에 올라왔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된장 국수가 유명한 것은 염전 부족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염전 분포도를 살펴보면 동해안과 경남지역을 통틀어 사천에 염전이라는 상호의 가진 염전이 있다. 그 외의 나머지 지역은 서해의 끝자락인 진도부터 시작하여서 강화도까지 즐비하다. 한반도 반대편에서는 소금의 비활성화로 인해서 된장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즉 염전이 부족한 강원도와 경상도 인근에서는 된장, 고추장 국수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김명진, 「지역음식문화콘텐츠로 살펴본 경남 국수의 특징과 의의 : 진주국수, 어탕국수, 의령소바, 된장국수, 콩국수를 중심으로」, 학위논문(석사) -- 경상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2020)
(춘천에 있는 고깃집 후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된장국수)
된장소면(된장국수)가 생활문화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
2019년 2월 장담그기가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음식 관련 국가 무형 문화재는 “김치담그기(제133호)”와 “제염(제134호)”를 포함해 총 3가지다.(출처 : 이지현, 「‘장 담그기’, 국가 무형 문화재 지정」, 식품저널뉴스, 2019.1.9.
이 세 무형문화재는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지정, 대중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관습이자 문화라는 점에서 다른 문화재와는 차별성을 보인다.
집된장의 진하고 고소한 맛의 된장소면.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지 않아도, 춘천 어느 고깃집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메뉴이고 춘천의 향토음식이라 불릴만 하다. 저녁 식탁 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요리.
음식문화콘텐츠도 우리의 생활문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04. 노을맛집춘천

춘천의 노을 지는 하늘은 인생에서 봤던 많은 하늘 중에 가장 낭만 있고, 가장 아름다워요
2019년 춘천으로 이사온 춘천 3년차 춘천러는 지금도 춘천의 노을이 삶의 위로가 되고 여유를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특히 좋아하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노을만큼 무게감 있는 편안함은 없다는 인터뷰이.
그가 말하는 노을맛집 춘천은 다른 춘천시민들에게도 마음에 남는 부분인 듯 하다.
공지천에서 자전거를 탈 때, 빨간 노을이 지는 순간이 가장 좋다는 자출러(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
춘천이 노을로 물든 시간이 좋아, 그 시간에 맞춰 구봉산에 오르곤 한다는 춘천 청춘.
춘천의 낭만적인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인터뷰에 꼭 등장하는 장면이다.
춘천에 살면서 이런 노을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어서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순간, 누군가 춘천의 낭만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스며든 장면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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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어디나 노을맛집
소양강변으로 나가보았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해가 지는 것을 지긋하게 바라 보았다.
그 시간, 같은 노을을 즐기는 많은 춘천시민들을 보았다.
이 낭만이웃들이 춘천은 어디나 노을맛집이라고 말하나 보다.
춘천 로컬의 문화는 특유의 풍토와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춘천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포인트, 그 포인트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가장 작은 기초단위, 내 주변, 실생활에서부터 말이다.
(춘천 MBC 방향에서 본 노을)
짙게 물든 노을을 춘천 어디서나 쉽게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생활문화.

05. 춘천스타일 살롱문화

어느새 춘천 곳곳에 북카페가 생겼다.
새롭게 본 적이 없었는데, 춘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도시가살롱’ 프로젝트에 참여한 공간들을 보며,
이렇게 특색있는 공간들이 많았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카페문화가 빠르고 넓게 자리잡는 기간 동안, 우리의 삶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약속 장소는 지역 랜드마크에서 카페로 이동한지는 오래.
온라인 상 취미를 소개하는 란에 카페투어라는 표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카페가 생기고 또 사라지고 있다.
그 가쁜 흐름 속에 커뮤니티로서의 카페는 점점 더 특색을 강화하고 있다.
친구, 가족, 동료 등 지인들과 방문하던 카페문화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로,
다른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방문하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진정 카페라는 표현보다 살롱(salon)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공간들이다.
일종의 사교장이자 지성인들이 모이는 사상의 거래소였던 프랑스 살롱문화도 살롱의 수와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면서 화제도 예술, 도덕, 과학, 정치, 사상 그리고 사회문제 같은 것들로 바뀌어 갔다. (출처 : 서정복, “프랑스 살롱의 기원과 문화적 역할” 「프랑스문화예술연구」, 2003)
춘천의 살롱도 이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경쟁 하듯이 공간들이 각기 다른 특성의 밋업 meetup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때로는 책을 매개로, 어느 곳은 춘천 이야기를 매개로, 또 어딘가는 다이닝 프로그램을, 또는 마피아게임을 매개로 시민들을 연결한다.
카페의 커뮤니티 기능을 ‘발견’ 한 것이 춘천문화재단이라면,
춘천의 공간들은 더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 기발한 만남의 순간들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도시 전체가 서서히 살롱으로 전환되어 가고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맞아, 대면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던 살롱은 그 걸음을 멈추는 듯 했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모두가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서툰책방 커뮤니티 보드)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커뮤니티 보드 위 새로운 형태의 밋업을 만났다.
시간차 밋업.
커뮤니티 보드 위에 모인 문장들은 집단지성이 만들어 내는 한 편의 소설 이야기다.
어쩌다 우연히 만들어진 비대면 생활문화 동호회.
등록번호도, 회원 명부도 없지만, 분명한 생활문화 활동이다.

06.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길을 빠르게 걷다 눈길을 끄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건 찍어야지’
(만천로 위 고깃집)
휴대폰 카메라를 안 킬 수가 없었다.
일명 아재개그 같은 문구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
아재 개그를 즐겨하는 분들이 항상 하는 말도 떠올랐다.
‘이따가 혼자 있을 때 생각하면 웃긴다!’
그랬다.
육성으로 들리는 말이 아닌데, 길 위에서 글귀가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바로 얘기 할 정도로 재밌다고 혼자 생각하며 웃은 것이다.
부산 활동가 한 분이 길 위의 ‘필담’ 들을 모아 책을 낸 것이 있는데,
바로 이런 순간들을 모아둔 것이리라 공감된다.
길을 지나가는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말을 건네고, 그 문장을 읽는 사람들은 반응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같다.
(광판리 김밥 전문점)
(춘천 신남역(지금은 김유정역))
의미없이 적어뒀을지도 모르는 문장에
내가 속으로(때로는 육성으로) 대답하고 있는 순간을 발견할 때,
그 순간을 사람들과 공유하곤 한다.
“어? 나도 그거 봤는데?”
라는 말과 함께 대화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쓴사람, 읽은 사람, 공감하는 사람.
모두가 이 글을 매개로 다자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건지도.

07. 여전히 또는 아직까지는

매년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가 있다.
지구온난화.
점점 지구는 더워지고, 사계절이 뚜렷한 것인 우리나라의 특징이라던 것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럼, 춘천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있는 생활문화뿐 아니라
지금 동시대 특성을 갖는 생활문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생활문화, 또는 미래 교과서에서 있을 법한 지금의 생활문화.
(춘천 서면 오월리 빙어 얼음낚시 포인트)
어느 순간이 오면 얼음이 꽁꽁 얼지 않을 지도 모른다.
혹은,
빙어가 멸종할 지도 모른다.
코로나 비상에도 낚시 인파가 ‘바글바글’ 했던 강원 춘천시 서면 오월리 얼음낚시터는 2021년 1월에 300~400명가량이 몰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춘천호 하류에서 빙어낚시를 즐겼어요.
이 말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여전히 들을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들을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훗날엔 듣도 보도 못한 생활문화의 한 조각이 될 지도.

08. 이름에 얽힌 사람들

지명만큼 같은 지역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콘텐츠가 또 있을까?
더이상 축협이 없는데도 축사(축협사거리) 라고 부르고,
석사동 애막골은 죽은 아기들을 묻은 무덤(아총)이 즐비해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과
무덤 옆에 여막을 지어 시묘살이한 효자들이 많았던 데서 나온 명칭이라는 설( 출처 : 춘천문화원(http://newcc.gwj.co.kr/bbs/content.php?co_id=3_3_25))을 논하고,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로 바뀐지 오래지만 여전히 택시타면서 어린이회관이요 라고 하고.
로컬사람들만 아는 용어들은 대게 이렇게 지명이랑 연관되어 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경우, 친절하게 안내판을 두고 잊지 말라고 한다.
(후평동 보안 마을이야기 안내판)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
우리 일상생활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는 지명은 역사, 문화 등 그 시대의 인문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유용한 정보이다.
지명과 맞닿아 있는 활동이라면, 그 어떤 활동이라도 생활문화 활동이라고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동호회라는 형태, 무대예술이라는 사업 결과물, 등록된 회원들이라는 구성원...
생활문화라는 큰 사회안전망을 읽는 방법으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